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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 , '위대한 유산'



유연웅 /상임 논설위원(극동대 교수)


저는 단지 어린아이일 뿐이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오존층에 생긴 구멍을 없애고, 죽어버린 하천에 연어를 다시 불러오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이 방법들을 알고 있지 않다면 제발 부숴버리는 일을 멈춰주세요. 우리가 훗날 이어받을 지구가 어떤 모습일지 결정하는 건 여러분입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에서 당시 12세 캐나다 소녀 세번 컬리스 스즈키(Severn Cullis-suzuki)’는 이렇게 외쳤다.


최근 지구와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927일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로공원에서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Youth Climate Action)’이 주최한 행사는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기도 했다. 과연 청소년들이 피켓을 들고 세종로공원부터 청와대 앞까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하여 행진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그들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외치는 동안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

 

지금의 청소년들은 생애 가운데 기후변화를 경험하게 된 첫 세대이다. 점점 악화 되가고 있는 것이 아닌 오존 파괴, 미세먼지 등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들에게 남겨지고 있다.

G20 정상들이 326일 특별 화상 정상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서이다.


이 전례 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전 세계 사람들이 직면한 비극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부터 기후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생태학자, 감염병 전문가, 역사학자들은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역설해 왔다. 에이즈,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등 19년형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의 출현은 어딘가 일관된 인간들의 병적 행동이 초래한 결과물들이다. 뉴욕타임즈(2012715)의 한 기사에서 라임병 연구자 리처드 오스펠트(Richard Ostfel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개간하거나 숲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생물다양성 파괴 행위를 생태계에서 수행할 때, 우리는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는 생물종들을 무지하게 제거하는 경향이 있다.” 라고 말이다.


아직도 명확하게 직접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는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고 현재 아이슬란드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40개의 변이가 발견되었으며 매우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중요한 과제는 미래에 출몰할 새로운 버전의 바이러스 퇴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질병은 어떠한가. 눈앞에 놓인 이익만을 추구한 어른들의 죄와 무지로, 지능화된 범죄와 잔인성으로 얼룩진 사회 현장의 민낯에 고스란히 노출된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그것들을 학습해 가고 있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운영자 조주빈(24), 운영에 가담한 정황이 있는 공무원 천모(29), ‘태평양원정대라는 이름의 별도 대화방을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모(16)군까지. 사건의 죄질 또한 악하지만 필자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그들의 젊은 나이였다. 무엇이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더 윤택하며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물질만능주의의 경쟁 위주 사회에 속해 있는 우리는 비슷한 나이, 배경 등 서로를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시기나 질투와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사회는 계속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지위를 갈망하며 불안해한다. 그것은 만연해 있는 성과주의 때문이며 이것을 부추기는 건 화려한 타인의 생활과 현대판 신데렐라 드라마를 쏟아내는 미디어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의 분석에 따르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개인주의적 선진국의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불행히도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높은 편이다. 인간은 평등하지만 개인은 평등하지 않고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지만 개인의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주의 때문에 개개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삶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게 되고 성과를 앞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다 불행해지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단순한 환경의 변화, 시대의 흐름이 아니라 건강한 인간 생태계의 위기이다. 걱정 없이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아이들이 현시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직접 운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수많은 부정적 사회 이슈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보여줄 바른 걸음과 물려줄 수 있는, 아니, 물려줘야만 하는 환경이 있다

  

우리의 후대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삶, 237개 나라를 향하여 비전을 가슴에 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서밋이 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 이상으로 우리가 후대에 남겨야 할 진정한 위대한 유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심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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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28 0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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