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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위/논설주간(공주대 안보과학대학원 교수)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질수록 더욱 희귀하게 느껴지는 가치가 있다. '사람'과 '책임'이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이 16년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며 남긴 메시지 역시 이 두 단어로 압축된다.
2008년 30대 초반의 젊은 정치인이었던 그는 어느덧 4선 중진이자 전국 최대 광역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 성장했다. 그 긴 시간 동안 김 의장이 일관되게 붙들어 온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현장이었다.
초선 시절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위해 삭발과 천막농성에 나섰던 모습은 단순한 정치적 투쟁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밥 한 끼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당시에는 이상처럼 보였던 정책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된 사실은 정치가 시대를 앞서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후반기 의장으로서의 행보 역시 눈에 띈다. 여야가 78대 78 동수로 맞섰던 극한의 대립 구도 속에서도 그는 협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갈등을 피하기보다 조정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 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도민의 삶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의정정책추진단과 조례시행추진관리단 출범은 경기도의회를 단순한 입법기관에서 정책의 기획과 집행, 사후 점검까지 책임지는 정책 의회로 진화시키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방의회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실험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쉬움도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이라는 숙원은 끝내 임기 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 노력의 가치를 폄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그의 마지막 메시지다.
"어떤 자리에 있느냐보다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권력의 자리를 좇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을 말하는 정치인. 어쩌면 이것이 김진경 의장이 16년 동안 경기도의회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일지 모른다.
정치는 직함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 앞에서 어떤 책임을 다했는가로 평가받는다.
김진경 의장이 걸어온 길은 우리 정치가 잃지 말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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