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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대학생 아들과 함께 서부시장을 돌았다. 오래된 간판들 사이로 볶음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이 뒤섞였다. 시장 한켠, 우연히 들어간 작은 버거집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맛을 느꼈다. 미군부대 근처에서 먹던 그 맛 — 오래된 기억의 문이 열렸다.


아내는 서울로 향했다. 딸의 입시 마무리 레슨을 마중 가며, 지인의 결혼식에도 들른다 했다.
각자의 일로 흩어진 하루.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문득, 오래전에 끊어낸 인연의 이름을 들었다. 오현철.
그 이름은 오랜 세월 잊은 줄 알았지만, 내 안엔 여전히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그때 그 일을 생각하자 분노가 다시 피어올랐다.
만약 그를 내 눈앞에서 봤다면, 난 차마 짐승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스스로가 서늘해졌다.


사람의 미움이란 참 오래 간다.
용서라는 말은 쉽지만, 그건 어느 날 마음이 다 닳아 없어졌을 때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그게 서로를 위한 마지막 예의이길 바랐다.
버거의 고소한 냄새는 어느새 사라지고, 시장엔 비 냄새가 번졌다.
하늘은 흐렸고, 내 마음도 그랬다.


하지만 그런 날이 있어야, 다시 맑은 날이 찾아오겠지.
오늘은 그저, 흐림 그대로의 하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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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11 17: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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