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자료사진=경기뉴스탑DB)
[경기뉴스탑(수원)=장동근 기자]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은폐 의혹의 최종 책임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142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며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관계자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대통령실의 격노에서 시작된 조직적 개입이 군 수사 체계를 왜곡한 전형적인 권력형 직권남용”이라고 규정했다.
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은 2023년 7월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약 3주간 대통령실, 국방부, 군검찰 조직이 긴밀하게 움직이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를 뒤집고 혐의자를 축소하기 위한 일련의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특검팀 출범의 직접적 계기가 된 외압 의혹의 핵심을 규명한 결과다.
특검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였다. 당시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8명 혐의자 이첩 방안’을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지휘하겠느냐”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즉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말단에서 지휘관까지 줄줄이 처벌하는 식은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 통화는 14초 만에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로 이어졌고, 해병대의 예정된 언론 브리핑 취소, 국회 보고 철회,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일사불란하게 전달됐다.
특검은 “대통령의 격앙된 반응이 국방부 지휘 라인 전체를 움직이는 직접적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방부는 수사 결과를 수정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본격화했다. 이 전 장관은 긴급회의를 열어 수사 결과 변경을 지시했고,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과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에 반복적으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 “징계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를 “수사 외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월 2일 박 대령이 법령에 따라 수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자, 대통령실—국방부—경찰청—경북경찰청으로 이어지는 ‘기록 회수 요청 체계’가 약 1시간 30분 만에 가동됐다. 특검은 이를 “조직적인 신속 대응”으로 평가하며 공소장에 명시했다.
경찰로 이첩된 기록이 회수된 직후, 박 대령에 대한 보복성 조치도 뒤따랐다. 신범철 차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속 조치 보고”를 지시받은 뒤 박 대령의 보직해임과 항명 수사를 즉각적으로 지시했고, 박 대령은 40여 분 만에 직위에서 배제됐다. 군검찰은 두 차례 체포영장,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특검은 김동혁 전 검찰단장이 “혐의 성립 가능성이 현저히 낮음을 알고도 무리한 신병 확보 시도를 했다”며 직권남용·감금 혐의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 조사본부는 여러 차례 재검토·수정 지시를 받았고, 해병대가 당초 적시했던 8명의 혐의자는 최종적으로 ‘대대장 2명’만 남겨진 채 경찰에 이첩됐다. 특검은 이를 “수사 외압의 실질적 성과”라고 판단했다.
또한 국방부 내에서 작성된 ‘괴문서’(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미흡 주장, 대통령 개입 부인)와 국회 제출 답변서 허위 작성 등 은폐 시도도 공소장에 기재했다. 박 대령 체포영장 관련 서류가 사건 기록에서 누락된 점도 “무리한 수사를 감추기 위한 고의적 삭제”로 결론지었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은 “군 통수권자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맞서왔으나, 특검은 “혐의자를 바꾸라는 구체적 지시는 지휘권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수행한 해병대 수사단이 오히려 조직적 보복을 당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앞으로 남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관련 ‘도피성 인사’ 의혹, 공수처 수사 방해 논란 등도 추가로 정리해 순차적으로 결론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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