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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아침 공기가 아직 덜 깨어 있는 시간,
강원대학교와 한림대학교를 차례로 찾았다.
오래 알고 지낸, 그래서 더 편한 절친 홍보팀장님들.
그들은 늘 그렇듯 솔직했고 아낌이 없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고쳐야 할 것들,
더 단단해지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을 차분히 건네주었다.

컨설팅이 끝난 뒤엔 마음까지 배부르게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원대에서는 정성껏 구워낸 장어구이를,
한림대에서는 커피와 케익, 베이커리를.
“배부르다”는 말은 단순히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람에게서 받는 호의와 인정은 늘 위장보다 마음을 먼저 채운다.
강원대 팀장은 여전히 나를 향해 손짓한다.
“우리 대학 홍보팀장으로 오라고…”
노골적이지 않지만 분명한 신호, 진심이 묻어 있는 제안.
나는 그 표정과 말에 눈칫껏 웃으며 대답을 피한다.


자존심이기도 하고, 쉽게 마음을 내주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거국 대학의 ‘사이즈’라는 단어에 귀가 쫑긋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분명히 흔들렸다.
보이는 모든것이 부러웠다.
나도 너처럼 팀장답게 일하고 싶고, 이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 더 큰 무대 위에서 더 당당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갑자기 흘러나온 노래.
〈이등병의 편지〉.
순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 스쳤다.
순간 우리 대학을 다니는 내 아들, 나를 사랑해주는
교수님들, 선배들, 울 사랑하는 학생들ᆢ
어쩌면 영화 속 송강호가 연기한 그 얼굴,
말없이 모든 걸 견디는 듯한 눈빛이 백미러에 반사되었다.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그는 왜 남한으로 넘지 못했을까?
넘어오기만 하면 초코파이를 마음껏,
죽을 때까지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자신만 살아남는 선택이 된다는 것을.
그 경계선은 단순한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함께 웃고, 나누고, 정을 쌓았던 사람들을
등지는 선이었다는 것을.


그가 넘지 못한 이유는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자유보다 더 무거운 것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의리였고, 달콤한 초코파이보다 더 쉽게 삼킬 수 없는 것은 동료를 혼자 남겨두고 가야 한다는 죄책감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자리에 남는다.
비좁고 불완전하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세계 안에서.
운전대를 잡고 생각했다.
사람은 늘 더 큰 곳을 꿈꾸지만,
결국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자리가
자신의 선택과 신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아직 완벽한 자리에 있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쉽게 넘지 않기로 한 선이 있고,
함께 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다.
오늘 하루,
장어구이보다 진했던 건 사람의 정이었고,
커피와 베이커리보다 오래 남은 건
“너, 잘하고 있다”는 그들의 한마디였다.


그리고 나는 안다.
조금 흔들렸을지라도 
끝내 넘지 않기로 한 그 선 위에서
나답게 서 있는 것이
가장 멀리 가는 길이라는 것을.
오늘은,
아무 판단도 결론도 미루고
그냥 조용히 술에 취해 잠들고 싶다. 
오늘 들었던 말들은 그냥 내 가슴 한 켠에 묻고 살아가길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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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2-20 1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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