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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탑(종합)=전순애 기자]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대법원은 6대3 의견으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관세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1·2심의 위법 판단을 유지한 것으로, 전 세계에 일괄 적용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을 동시에 무너뜨렸다. 다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더 강력한 수단”…122·301조로 우회 압박
정치적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최대 150일간 15% 한도 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해 전 세계에 10%의 새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착수 방침도 밝혔다.
이는 IEEPA를 통한 전면적 관세 대신, 개별 법률을 동원해 사실상 기존 관세 효과를 복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식 고강도 관세 드라이브를 완전히 멈춰 세우지는 못한 셈이다.
향후 쟁점은 ‘관세 환급’ 문제다. 위법 판결 이전에 징수된 관세를 둘러싸고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 자회사들이 환급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법적·행정적 혼선이 이어질 경우 미국 내 정치·경제적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韓 정부 “판결·美입장 종합 검토”…협상 지형 재편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의 후속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그간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미 투자 확대 및 공급망 협력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흔들리면서 기존 합의의 실효성, 추가 부담의 적정성 등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미국 내 후속 입법·행정조치 추이 파악 △주요 교역국과의 공조 강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검토 등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122조·301조 등을 활용해 재차 압박에 나설 경우, 한국 역시 품목별 영향 분석과 산업별 대응책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전망…‘관세정치’ 장기화 가능성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내 정치 일정도 변수다.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결집 수단인 만큼, 형태를 달리한 보호무역 조치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은 대통령 권한에 대한 헌법적 제동이지만, 통상 갈등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각국이 단기 충격 대응을 넘어 중장기 통상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글로벌 무역 질서는 당분간 ‘법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계산’이 교차하는 복합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 역시 대미 협상력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전순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