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였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고, 누군가는 온전히 쉬었을 시간.
나는 하루 잠깐 경기도 부모님께 다녀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어둔 지하 사무실에서 보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보고서를 쓰고,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 장만한 장비의 사용법에 몰두했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썼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AI가 80점짜리 초안을 주면 괜히 100점을 만들겠다고 붙잡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완벽하게.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번 연휴엔 다르게 해봤다.
80점이면 일단 마무리했다.
보고서도, 기획도, 영상 초안도.
완벽하지 않아도 끝냈다.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하루가 비어 있지 않았다.
80점짜리 10개가 100점짜리 1개를 이긴다는 말.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간다.
완성은 남는다.
완벽은 머뭇거린다.
연휴가 끝날 무렵,
나는 꽤 지쳐 있었지만
손에는 결과물이 쌓여 있었다.
거울을 보니 수염이 제법 길게 자라 있었다.
쉬지 않았다는 증거 같기도 하고, 어딘가를 향해
조용히 걸어왔다는 흔적 같기도 했다.
이번 연휴, 나는 100점을 만들지 못했다.
대신 여러 개의 80점을 남겼다.
그리고 어쩌면, 성장은 늘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얼굴로 조용히 찾아오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