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사진=산업통상자원부)
[경기뉴스탑(종합)=전순애 기자]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자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 유가 자유화가 시행된 1997년 이후 정부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직접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13일 0시부터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유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자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긴급 대응이다.
정부가 설정한 1차 상한 가격은 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이는 최근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보다 각각 109원, 218원, 408원 낮은 수준이다. 적용 대상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휘발유·경유·등유이며 고급휘발유는 제외됐다.
가격 산정 방식은 전쟁 이전 시점의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2주간 변동률을 반영하는 구조다.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제세금을 더해 최종 상한선을 도출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국제 가격 상승이 국내 시장에 즉각 반영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예측 가능한 가격 흐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고가격은 국제유가 상황에 맞춰 2주 단위로 재산정된다.
정부는 가격 통제로 인한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공급 관리도 병행하기로 했다. 오는 13일부터 두 달간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정유사의 반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주유소 역시 폭리를 목적으로 한 과도한 재고 확보나 판매 기피 행위가 금지된다. 위반 시에는 물가안정법에 따른 시정명령과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또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카드 결제 데이터와 유가 정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가격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업소는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시민단체와 협력해 가격 공개를 강화하고 ‘착한 주유소’ 공표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
가격 통제로 발생할 수 있는 정유사의 손실은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된다. 회계·법률·에너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산위원회가 분기별로 손익을 검증해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반대로 유가 하락 국면에서 정유사가 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이를 함께 고려해 정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세제 조정 등 추가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제의 적용 기간 역시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물동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방침이다.

전순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