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근 기자

논란을 빚고있는 의왕 아스콘 공장 '현창기업'=장동근 기자
[경기뉴스탑(의왕)=장동근 기자]안양시 석수동 연현마을은 매주 금요일 마다 동네 주민들이 생존권과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무려 15년째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4일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석수동 연현마을을 언급했다. 환경오염물질이면서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벤조피렌을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 ‘제일산업’이전 문제다. 최 시장은 주민과 기업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호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공영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시의회는 9월19일 연현마을 아스콘공장 재가동 금지 및 공영개발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앞서 경기도는 15년째 주민과 갈등을 빚어온 연현마을 아스콘공장 부지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경기도시공사가 이사업을 시행하되 2021년 착공해 2020년 6월까지 공공주택 지구지정 절차를 거쳐 2023년 9월에는 조성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오자 안양시는 곧바로 경기도, 안양시, 연현마을 주민대표, 아스콘 공장관계자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회의를 거듭하며 상생방안을 찾았으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아스콘 공장 측은 공영개발에는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공장 가동 중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회사의 손해를 감내할 수 없다면서 종전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안양여성의전화 등 안양지역 13개 시민단체가 안양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를 결성하고 연현마을 주민들과 합세해 아스콘공장 조기이전과 공영개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스콘 공장측은 여전히 공영개발이 될 때까지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15년을 이어온 연현마을의 아스콘 공장 이전 촉구 집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민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9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아스콘공장 434곳에서 200m 거리 이내에 총 4천577세대 규모의 아파트 6곳이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스콘공장에서 200m 이상 500m 까지의 거리에는 6천526세대 규모의 아파트 택지 6곳이 조성중이며 500m 이상 1천m 이내의 거리에는 18개의 아파트 택지가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총 2만2천690세대가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소재 고천공업지역에는 1만 7000㎡ 규모의 아스콘 공장 ‘현창기업’이 가동되고 있다. 연현마을에 있는 아스콘 공장보다 규모가 더 크다.
이 아스콘공장은 이번 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서해그랑블 아파트단지와 32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2021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고천행복타운 아파트 단지도 이 아스콘공장으로부터 500m 안쪽에 있다. 초등학교 2개교와 중학교 1개교가 위험 수위로 불리는 500m 반경 안에 들어있다.
지난 2016년 이 아스콘 공장과 50m 거리에 있던 의왕경찰서 건물에서 직원 6명이 암에 걸리고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청이 의왕서 직원 222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진에서 10명이 암질환 의심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의왕서 직원들의 암 발병 원인을 두고 경찰서옆 아스콘 공장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직원들의 발병원인이 아스콘 공장에 있다고 추정했으나 배출물질 측정결과 유해물질이 허용치 이하로 나타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그러나 의왕서 직원들과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갔다.
논란이 일자 의왕시는 LH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고천 공공지구 택지 개발사업에 1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아스콘 공장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업은 5728억원을 투입해 의왕시청 주변 54만4000㎡의 부지에 행정타운과 행복주택 등 4400호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의왕시의회도 고천지구 개발 사업에 아스콘 공장을 포함해 달라”고 LH에 요구했다.
그러나 LH측은 “이 공장의 토지와 건물 및 영업손실 보상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러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면서 공사를 강행했다. 아스콘 공장이전이 가능한 절호의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의왕경찰서가 청사를 1Km 바깥쪽으로 옮기면서 아스콘 공장 문제가 일시 잠잠해 졌으나 최근 인접지역에 서해그랑블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입주 일정이 다가오면서 고천동 현창기업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아스콘공장의 유해물질 배출로 인한 폐해는 전국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에서는 40여명의 주민들 중 15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익산 장점마을에서는 피부암 발병율이 전국 평균보다 30배 정도 높게 나왔다. 주민 80여명중 12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11명이 투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마을 모두 반경 500m 이내에 아스콘 공장을 두고 있다.
그동안 두 곳 다 발병의 원인이 아스콘공장에 있다고 추정은 하지만 마땅한 해명자료가 없었으나 아스콘공장과 발병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016년 8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남원 내기마을에서 1년간 역학 조사를 벌여 주민들의 집단폐암 발병원인은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아스콘공장의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와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연현마을 아스콘공장에서 1급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배출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벤조피렌은 인체에 축적될 경우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 호르몬이다.
의왕 고천지역은 아스콘공장 현창기업을 둘러싸고 40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공장이 밀집되어있다. 그런데 이 공장 인접지역에 10월 말부터 3개월 이내에 500가구 이상이 320m 거리에 있는 서해그랑블 아파트에 입주한다. 네이버 카페 ‘안양톡’ 등에는 안전성을 묻고 답하는 이 아파트 일부예정자들의 걱정이 줄을 잇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고천 행복타운 조성지도 아스콘 공장으로부터 500m 안쪽에 위치한다. 2021년이면 이곳에도 4400가구가 입주한다. 안양 연현마을보다 위치상으로는 오히려 더 불리한 지역이다.
아직은 서해그랑블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 되지 않아 주민들이 한 걸음 뒤쳐져 있지만 입주가 완료되면 아스콘 공장이 입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고천 행복타운이 완성되는 2021년에는 500m 반경에 5000여 세대가 아스콘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노출되게 된다. 주민들의 반발이 연현마을 못지않게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서해그랑블 아파트 입주예정자 신 모(45)씨는 “의왕시는 물론 경기도도 손 놓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며 “고천지역도 연현 마을과 동등한 수준의 아스콘업체 이전계획이 조속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역시 이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주부 정 모(35)씨는 “우리 아파트의 입지가 연현마을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면서 “ 아기 때문에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의왕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아스콘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스콘 공장과 주민들의 갈등 조짐이 여기 저기서 감지되고 있지만 의왕시는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라서 주민들이 한 치도 양보 할 수 없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꼭 뭔 일이 일어나야만 대처에 나서는 뒷북치기 행정이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이웃 연현마을의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스콘 공장 반경 500m이내에 공동주택건설을 허가 하는가 하면 LH와 공동으로 공공주택을 짓고 있는 의왕시의 주택 행정이 어떻게 평가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유흥위 공주대 교수는 “ 이웃 연현 마을의 부정적 사례를 뻔히 알면서도 아스콘공장인근에 아파트 조성을 허가한 당국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면서 “사회적 동요와 저항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아스콘공장 이전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주민들의 아스콘 공장 이전 요구가 집중될 경우 이 지역에 주택 건립을 허가한 행정당국이 1차적 책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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