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설] 끝내지 못한 결심공판, 사법의 시간은 왜 이렇게 무거운가 - 13시간 넘긴 서증 공방, 본론은 끝내 미뤄졌다
  • 기사등록 2026-01-10 11:35:28
  • 기사수정 2026-01-10 11:36:28
기사수정


윤석열 전 대통령(자료사진=경기뉴스탑DB}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이 결국 하루 더 연장됐다. 재판부가 예고했던 ‘종결의 날’은 피고인 측의 장시간 서류증거 조사와 반복적 주장 속에 무산됐고, 특검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은 다음 주로 넘어갔다. 법정에는 끝내 결론 대신 피로와 무력감만 남았다.


13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서증 조사 과정은 형사재판이 지녀야 할 집중성과 효율성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변호인단은 수백 쪽 분량의 자료를 교차로 읽어 내려가며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고, 재판부는 속도 조절을 요청하며 결국 “이게 과연 피고인을 위한 변론인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꺼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짜증이 아니라, 사법 절차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음을 지적한 경고로 읽힌다.


결심공판은 형사재판의 마지막 관문이다. 증거와 논쟁은 이미 충분히 오갔고, 이제 남은 것은 법적 평가와 책임의 무게를 가늠하는 단계다. 그러나 이 중요한 순간조차 지연된 현실은, 사법이 스스로 권위를 소진하고 있는 장면처럼 비친다.


재판부가 “다음 기일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은 단순한 일정 관리 차원의 발언이 아니다. 이는 더 이상의 소모전이 허용될 수 없다는 사법부의 마지막 선언이자, 법정이 더 이상 정치적·전술적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특검이 사형과 무기징역을 놓고 숙고한 구형량조차 공개되지 못한 채 미뤄진 상황은, 이 재판이 갖는 역사적 무게를 더욱 부각시킨다. 전직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다루는 재판은 개인의 운명을 넘어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경계선을 다시 긋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사법 정의는 속도보다 정확함이 우선이지만, 끝없는 지연은 정의를 흐리게 만든다. 국민은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 사건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재판은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었다.


이제 법원은 결단해야 한다. 절차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절차가 결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13일 열릴 마지막 공판은 단순한 일정의 연장이 아니라, 사법이 스스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어야 한다.


정의는 지연될 수 있으나, 끝내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국민은 더 이상 ‘다음 기일’을 기다리기보다, 헌법 앞에 선 권력의 최종 책임을 보고 싶어 한다. 그 답은 이제 법정에 남겨져 있다.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1-10 11:35:2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 장동근 기자 의 다른 기사보기
  • jdg1330714@naver.com
    <저작권자 © 경기뉴스탑-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