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근 기자

"실용적 외교 복원’ .. “경쟁은 현실이지만,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사진은 APEC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
[경기뉴스탑=장동근 발행인]2025년 11월 1일, 경주의 고요한 가을 하늘 아래 한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11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첫 대좌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관계 복원의 실질적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하다.양국은 이날 총 7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하며, 그중 6건의 양해각서(MOU)가 새로운 협력 영역을 명확히 규정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합의는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였다. 최근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산된 초국가적 디지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 협력체계가 양국 간에 처음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이는 안보와 범죄 대응을 넘어, 양국이 ‘공공 안전과 신뢰 회복’을 공통의 외교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은 원-위안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며 금융 안정성의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 통화 스와프는 위기 시 외환 유동성을 확보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로, 한·중 간 실질적 경제 협력의 복원력을 상징한다.
이와 함께 ‘2026~2030년 경제협력 공동계획’을 통해 양국은 중장기적인 교역 및 산업 협력 로드맵을 설정하며, ‘관계 복원의 단기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예고했다.
이번 회담은 실무 협력뿐 아니라 상징 외교에서도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급 본비자 바둑판 세트를 선물했다. 바둑을 즐기는 시 주석의 취향을 고려한 이 선물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바둑알을 선물한 지 11년 만에 완성된 ‘외교적 연속성의 완결판’으로 평가된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바둑처럼, 양국이 서로를 다시 읽고 조율하겠다는 상징적 제스처다.
양 정상은 모두 짙은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푸른색은 평화와 신뢰, 그리고 재도약의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후 열린 국빈 만찬에서도 두 나라는 각국의 음식문화를 조화시켰다. 김치만두와 딤섬, 닭강정과 마라 전복 요리가 한 상에 올랐다. 이는 ‘문화의 교집합’을 강조하며, 단순한 외교행사 이상의 인간적 유대를 표현했다.
한·중 관계는 지난 몇 년간 경제, 안보, 외교 모든 측면에서 깊은 조정기를 겪어왔다.
이번 경주 회담은 그간의 불신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현실적 협력과 상호 의존을 복원하는 실용 노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시 주석이 직접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한 것은, 전략 경쟁의 틀 속에서도 ‘공존의 언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경주의 개최지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신라 천년의 고도에서 진행된 이번 회담은 동아시아 문명 교류의 상징 위에서, 과거의 교착을 넘어 미래의 연결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대로 “지속 가능한 내일의 기반은 평화”이며, 그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협력의 연속성’으로 구축될 때 현실이 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대립과 불신의 그림자 속에서 ‘실용적 외교 복원’의 길을 제시했다.
보이스피싱 공조와 통화스와프, 그리고 문화적 상징까지 ― 이 모든 것이 말하고자 한 메시지는 하나다. “경쟁은 현실이지만,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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