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근 기자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자료사진=경기뉴스탑DB)
[경기뉴스탑(종합)=장동근 기자]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동일 사건의 연장선에서 박 전 장관 사건을 심리하게 되면서,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다른 국무위원 재판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6일 오후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같은 재판에는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도 함께 서게 된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 회의를 열어 합동수사본부 파견 검사를 검토하고, 교정시설 수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출국금지 담당 직원의 출근을 지시하는 등 계엄 실행을 뒷받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취지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점,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박 전 장관 측은 그간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번 재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동일 재판부가 불과 며칠 전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내란’으로 규정하고, 이를 ‘친위 쿠데타’에 해당하는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판단했다. 특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저지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하거나 가담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판결문에는 박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회의 참석자 서명 절차를 논의하고, 이를 준비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적시됐다. 재판부는 이를 계엄 선포의 외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행위로 판단했으며, 해당 행위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역시 실제로 존재했다고 인정하며, 헌법이 금지한 언론 검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은 박 전 장관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불러 계획을 공유한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계엄 선포 국무회의와 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 직책의 특성상, 계엄의 위헌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막지 않았을 경우 책임이 더욱 무겁게 평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함께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계엄 해제 직후 이른바 ‘안가 회동’에서 계엄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증언해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처장 측은 해당 혐의가 내란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 판결을 기점으로 전직 장관급 인사들의 내란 가담 책임을 둘러싼 사법 판단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박 전 장관과 이상민 전 장관 재판 결과는 내란 사태 전반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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